[히즈칼럼]소화제를 달고 살아요 - 담석증

등록일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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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즈메디 건강칼럼] 소화제를 달고 살아요... 

외과 최영수 과장

 

"70세 정도의 어르신께서 7~8년 전부터 평소 소화가 잘되지 않았고, 2~3개월 전부터는 증세가 더 심해지고 자주 발생했으며

최근들어 명치와 우측 갈비뼈 아랫부위의 압박시 통증이 느껴진다며 내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위내시경은 몇 차례 받았으나 그때마다 경도의 위염으로 진단되었고 증상의 큰 호전없이 항상 소화제를 챙겨드시던 분이었습니다.

 

상복부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진행앴었는데 초음파에서는 쓸개의 돌(담석)과 쓸개벽의 심한 부종 및 비후의 소견이 있었고

간에는 몇 개의 혹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심각한 상황임을 예상했고, 복부CT를 촬영했는데 예상대로 담낭암의 복강 및 간 전이가 이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어르신께 건강검진을 요즘 잘 받으셨냐고 여쭈었는데, 7년 전에 종합검진 받은 후로는 그냥 살아왔다고 하셨고,

당시 상복부 초음파는 해보셨냐는 질문에는 "담석이 있었으나 별 증상 없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의 임상적 진단은 담낭암 4개(말기), 간 및 복강 내 원격전이로 판명되었고, 3차병원으로 전원하는 것 이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2개월도 살 수 없으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이런 분들이 오셔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담석이 발견되었을 당시 수술을 바로 받으셨다면 담낭암으로 돌아가실 일은 없으셨을 것을...

너무나 갑작스럽게 생을 정리해야 하는 환자분과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일이고 지금도 어떤 곳에서는 진행되고 있을 일이라 여겨집니다.

큰 병일지라도 별 증상없이 갑자기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꽤 많은 질환들이 사소한 증상에서부터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데

발견이 늦어져서 상황이 안좋아진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담낭암도 그런 병 중의 하나로 환자와 의사 모두 약간의 경각심을 기울이기만 해도 미리 차단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이나 기타의 진료를 받아가 우연히 담석을 진단받은 분들은 아마도

 "아프지 않으면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결론적으로 올바르지 않습니다. 

담석이 발견되었을 때 담낭절제술(쓸개와 돌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담낭 절제술의 적응증이 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담낭절제술의 적응증 ◀

1. 증상을 발생시키는 모든 담석 (통증만이 아닌 여러 증상)

- 명치불편감 및 통증

- 식후 발생하는 명치 및 우상복부의 쥐어짜는 통증, 쿡쿡 쑤시는 통증, 팽창

- 평소 우상복부의 묵직한 통증

- 우측 등 부위의 깊은 통증(자세변화에 따라 양상이 변할 수 있음)

- 만성 소화불량 및 자주 체하는 증상

 

2. 위의 증상이 없는 담석 중 다음의 상황인 경우

- 담낭 용종을 동반한 경우

- 3cm 이상 크기의 담석

- 담낭선근증 (담낭의 일부분 또는 전체가 비정상적으로 두터워짐)을 동반한 경우

- 총담관 (간과 심이지장을 이어주는 담즙의 통로) 결석을 동반한 경우

- 석회화 담낭의 경우

- 만성 용혈성 질환 (저혈구의 비정상적 파괴)을 동반한 경우

- 장기이식 환자

-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

 

이렇게 많은 경우에 담낭 절제술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급성담낭염에 의한 패혈증 및 담낭암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 뿐만 아니라 의료인들도 담석증을 주의깊게 바라보지 않고, 미약한 소화기 증상만 있으면 굳이 치료할 필요없을 것이라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및 의료진의 관심을 요하는 질환이며, 담석의 원인을 알고 예방적 식이 및 체질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효과가 없지는 않겠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가장 빨리, 저렴하게, 높은 수준으로 받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미약한 증상이라 하더라도 잘 개선되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꼭 의료기관을 찾아 상복부 초음파를 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고 또 담석이나 담낭 용종이 발견되면

적적한 치료를 받을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외과 전문의에게 상담 받을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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